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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KA](+10) Good night
잰양ii
2016. 6. 1. 15:42
"떠날 이들은 떠나도 좋고, 남은 이들은 이 곳에서 마을을 계속 꾸려나가 주세요."
"새로운 동족들이 찾아오면 반갑게 맞아줘요."
"지금은 떠나는 이들도 언제든 또 생각나면 마을에 찾아와주면 좋겠네요."
"다들 그 내면이 너무나도 착하고 상냥하니까. 어디서든 행복할 거라 믿어요. 고마워요."
이제 내 할 일은 끝났다. 떠나는 이들을 배웅하고 마음에 남겠다는 이 들에게는 각자의 역할을 맡겼다. 그저 속죄를 위해 시작한 것 치고는 꽤나 길어져버렸지만 그 정도는 이해해주겠지. 이제 마을은 내가 없어도 또 찾아오는 동족들에게 충분히 쉼터라는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과연 그 기간동안 내가 해 온 일들로 동족들이 만족할 만큼 쉬었는지는 장담 할 수 없지만.
떠난 이 들도, 남은 이 들도, 찾아올 이 들도, 돌아올 이 들도.
모두가 부디 편안하게, 안전하게, 각자의 행복한 삶을 찾을 수 있기를.
눈을 감고 속으로 기도하며 느린 숨을 내쉬었다.
이거면 될까?
이 정도면 너희는 이제 나를 용서해 줄까?
날, 용서해 줄거야 형?
지키지 못한 너희를 대신해서, 그래도 다른 동족들을 지켰어.
글쎄, 그렇게 당당하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마을을 찾아와 휴식이 필요했던 이 들에게 쉼터를 내어주고, 그 전에는 그 들이 찾아왔을 때 편히 쉴 수 있을만한 공간을 만들고, 지내는 동안에도 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끝에는 꽤 많은 이들의 환한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너희가 보고 싶어.
내가 끝까지 지키지 못했던 나의 가족들, 내 무리들.
꽉꽉 눌러 막아두었던 무언가의 잠금장치가 풀리기라도 한 듯, 한 번 터져나온 감정은 멈출줄을 모르고 흘러내린다.
이렇게, 다른 동족들의 미소를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왜, 왜... 너희들의 미소는 끝끝내 볼 수 없었던 걸까. 속죄라고 내 안에서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사실은. 내가 가장 바란 것은 결국 그들의 미소를 통해, 그 안에서 너희들의 웃는 얼굴을 찾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어.
...아니, 그게 맞겠지.
마을을 꾸려나가는 동안 점점 흐려지다 결국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된 왼쪽 눈을 손으로 덮었다. 난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긴 했는데 그게 형의 기준에서도 과연 합격점일지는 잘 모르겠어. 첫번째 재회에서는 서로 싸우기만 했지만 두번째 재회에서는 부디 내 성과를 채점해 줬으면 좋겠는데.
이제 드디어, 검사받으러 가도 될 시간일까?
응, 겨우겨우. 이 현실에서 벗어나 꿈 꿀 수 있는 시간이구나.
약이 부족하기 않으면 좋겠는데.
이미 한계까지 몰아 붙여진 몸은 아마 약이 없어도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을테지만 이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그런 안식이 아니니까.
약통에 남아있던 약을 모두 손 위에 털어부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려나. 한 손바닥 위를 가득 채운 새하얀 알약들을 가만 내려보다 한꺼번에 입안으로 밀어넣는다.
순식간에 몽롱해지는 정신을 다잡고 조심히 침대에 몸을 누였다.
Good Night.
모두들 행복한 내일이 되길.
그럼, 좋은 꿈 꿔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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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로그를 두번이나 썼는데
두번이나 무산당한 유일한 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