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N] 이제는
..
잠이오지 않는다.
기사가 되는 것이라 했다.
내일이면.
몇시간을 뒤척이고 있다보니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
[제발 자라, 반.]
“싫어... 내일부터는 싫어도 오래오래 자야 할텐데.”
[...당장은 아니니까 일단 지금은 자.]
“칫... 알았어. 알았다구.”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에 조금은 안심하고서 늦게서야 눈을 감으니 기다렸다는 듯 수마가 몰려든다.
잘자 하란. 잘자요 세리아.
아침, 이라기엔 시곗바늘이 꽤나 달려간 이른 오후. 그녀가 제 앞에 밀어놓은 것은 보기만해도 비릿한 붉은색으로 채워진 잔이었다.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한 동안 그녀를 가만 바라보았다.
“그것이 너희가 내 기사가 되는 방법이란다. 내 피지. 그것을 마시면, 나의 기사가 되는거야.”
“그렇지만 이후에는 절대 되돌릴 수 없어. 너희들이 미덥지 않은게 아니란다. 정말로 이 이후로의 영생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기나긴 세월들을 이겨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구나.”
무엇이 그렇게 걱정되는걸까. 제가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이대로 그녀가 약해지고 약해져서 결국은...
그 이상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려 두어번 고개를 흔들었다.
“혼자라면, 그 영생이라는 세월동안 난 외로워서 콱 죽어버렸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이제 나에겐 세리아도 있고, 언제나처럼 하란도 있어요.”
난 괜찮아요. 작은 웃음과 함께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이 보여 안도했다. 앞에 놓여져 있던 잔을 조심히 제 입가로 끌어왔다.
“세리아가 몇 번을 같은 질문을 한다 해도 내 대답은 같아요. 당신의 기사가 되어 주겠냐고요?”
“당연하죠.”
비릿할 거라 생각했던 액체는, 글쎄 그녀의 것이라 들었기 때문일까. 묘하게 그녀의 향이 나는 것 같았다. 액체를 삼킨 순간, 그것이 흘러 들어가는 부분부터 마치 타들어가는 고통이 느껴졌지만 이를 악물고 그녀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이제… 되돌릴 수도 없고. 우리는... 세리아의.... 기사, 인거죠...? 헤헤... 고마워요.”
옆에 있어준다고 해서. 나도 하란도, 받아 들여줘서. 이 고통이 끝나고나면... 인간이 아니게되면... 말할게요, 좋아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