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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연성

이토히사 소루, 가 되다만 무언가



[ 손 끝부터 흩어지는 모든 것들에도 후회는 없었다.

마지막이야, 하고 들리는 목소리에 잘가. 라는 공기만 남는다. ]



그것은 꿈이었을까, 아니면 무언가의 흔적 같은 것이었을까. 멍하니 이어지는 생각속에 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버렸다.

그 무엇도 남지못한 텅 빈 공간속에 이렇게 단순하게 시간을 죽일 수 있는 취미를 진작에 만들어두어서 다행이다, 같은 생각들을 몇번이나 계속해 온 것 인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일주일, 한 달, 어쩌면 일년, 어쩌면 몇 년.

무의미한 공간, 이어지는 사념.

공허함, 이라는 단어로 조차 담아낼 수 없는 감정.


이 순간까지의 저에게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또 동시에 너무나도 낯선 것 들.


하룻밤의 꿈 같은 것이었다. 모두의 이름, 모두의 얼굴, 모두의 말버릇과 습관 같은 것도 어쩌면 아직도 제 안에 남아있을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그것은 꿈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마음 한 구석에서 편안함을 느꼈기에 그런 것으로 해두었다.


이제쯤 그만해도 좋지 않을까.

이제쯤 놓아버려도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오래전에 잊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통증이

목 안쪽까지 타고올라와 그럴 수도 없게 만들었다.


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일 년, 10년, 어쩌면 그로부터 또 몇 십년.

다시 모두를 떠올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것이 남지 않게 되었을때에서야.

이제는 떠올릴 수 있는 이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닳기에 이르른 것이었다.


이제는 그만해도 좋지 않을까.

이제는 잊어버려도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이어질 때마다 아직 남은 이들의 모든 것이 다시 아른거려

그럴 수도 없게 만들었다.


몇 십년, 또 몇십년, 그로부터 또 몇년.

떠올릴 수 있는 이들이 모두 이곳을 떠난 뒤에야.

그제야 모든것이 남은 곳은 옅은 안개마냥 흩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제 손 끝부터, 그들의 기억까지도.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지금에 후회같은 조각도 남을리가 없었지.

이걸로 마지막이야. 들릴 리 없는 그들의 목소리가 또 제 귓가에 울리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잘자요 모두들.

꿈 속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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