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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연성

[수을청엽] 9월 17일, 그리고 다알리아

15.09.17

 

 

수을청엽 / 공미포 2290자 (공백포함 3019자)

 

 

*****

2015 9 17.

 

 결국 날이 오고야 말았다. 피로에 눌려 떠지지 않는 눈을 짜증과 함께 밀어내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사실 오늘은 힘들게 받은 휴가이지만, 그에게는 비밀로 해둔 채였다. 어차피 만나는 시간은 그의 수업이 끝나고 편의점으로 일하러 가기 전의 짧은 시간이니까. 일어나자마자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겨우겨우 심호흡으로 짖눌렀다. 됐어. 아니야.

 

 옷까지 차려 입기는 그렇겠지.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있으니까.

 실용성 없다고 좋아하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꽃은 송이라도 있는 편이 좋을 같아.

 반지... 반지까지는 그런가그래도 분위기상 필요할 같기는 한데.

 아니 그러고보니 좋아하는 음식은 뭐였더라.

 

 너무 오랜만에 입어서 어색하기까지 티셔츠와 청바지를 끼워 입고 정리하기 귀찮아 내버려둔 머리를 가리기 위해 모자를 집어들었다. 이거야 , 길거리 불량배가 따로 없군. 집어든 모자를 푸욱 눌러쓰고 집을 나섰다. 맑은 날씨가 거리마다 반겨주는 했지만 여전히 진정이 되진 않았다. , 그럼 뭐부터 해야하려나.

 

 

 

*****

 

 

 

 좋아한다고 했던 음식은 분명히 볶음밥이었던 같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중국집에서 진지한 말을 하긴 그렇잖아. 어쩔 없이 적당한 레스토랑을 예약해두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타이밍 좋게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 : 청엽

 오늘은 어때요? 많이 바쁘지 않으면 좋겠는데. 이따 6시에 뵈요! 오늘은 수을씨가 저녁 사주는 거죠?]

 

 피식 새어나온 웃음을 다시 삼켜내곤 간단한 답문을 적어보냈다.

 

 [수신자 : 청엽

 그래. 6시에. 차로 데리러 갈께.]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핸드폰이 허둥지둥 울렸다. 아마 그러지 않아도 된다느니, 괜히 폐끼치기 싫다느니 같은 말들이겠지. 계속해서 수신되는 메시지를 무음으로 해둔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다음은 반지인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꽤나 고민을 했다. 반지를 줘도 되는 걸까. 아직 어린데 남자한테 반지를 받아서 당황스러워 하지는 않을까. 그래도 이미 결정한 사항이다. 어쩌면 조금 미안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당황하는 모습조차 분명 사랑스러울 터였다. 심플한 모양에 예쁘게 큐빅이 박힌 반지를 골라 포장했다. 손은 잡아봐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반지부터 주고 나중에 사이즈를 맞춰야하는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르니. 상자에 포장된 반지를 받아들고 보니 어쩐지 가슴 쪽이 뻐근한 느낌이다. , 이렇게 긴장되는 얼마만인지.

 

 반지까지 준비해버렸으니 꽃은 넘길까 고민해봤지만 기왕 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뻤으면 좋겠다는 뿐이었다. 꽃은 가볍게. 만나서 건네받고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만. 집에 돌아가 차를 가지고 나오는 길에 꽃집에 들러 수줍은 발그레한 다알리아를 보조석에 놔두었다.

 

 앞으로 30분인가. 다시끔 박자를 올리는 가슴께를 꾸욱 눌렀다.

 

 

 

*****

 

 

 마음 같아서는 학교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싶었지만 아마 굉장히 부끄러워하겠지. 그에게 학교 근처 쇼핑몰에 차를 세워두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는 차에서 내려 담배에 불을 붙였다. 높아져가는 고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깊게 빨아들이고 내쉬어보았지만 쉽사리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결국 길게 남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꺼버릴 쯔음 그가 이쪽으로 뛰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후우 많이 기다렸죠? 그러니까 차로 데리러 오실 필요는 없다고 메시지 보냈는데…”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한거니까 신경쓰지마.

 

 그를 위해 보조석 문을 열어주곤 그곳에 놔두었던 채의 꽃송이를 그에게 건냈다. 그래도 편인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눈빛으로부터 꽃이냐고 묻는 듯한 시선을 슬쩍 피하곤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눈에 띄여서. 기분내고 싶을 때도 있는 거니까.

 우와아 한번도 상상해본 없어서 그런지 엄청 기뻐요…”

 그거 다행이네.

 

 그를 보조석에 태우고 느긋하게 차를 출발시켰다. 한창 꽃에 정신이 팔려있던 그도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어디로 가는거예요?

  먹고싶은지 물어보는걸 잊어버려서 레스토랑으로.

  뭐든지 좋은걸요.

 

 차는 부드럽게 움직여 예약해두었던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를 먼저 올려보내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반지를 한번 점검했다. 때는 분명 맞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같기도 하고. 다시 주머니에 반지케이스를 집어넣고 그의 뒤를 따라 올라갔다.

 

 

 

*****

 

 

 저녁은, 솔직히 말하자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집중이 되지 않았다. 뭔가 많은 얘기를 같기도 하고, 그냥 밥만 먹은 같기도 하고. 그가 접시를 비우고 만족스런 한숨을 내쉬며 수저를 내려놓았다. 시선을 그와 눈이 마주쳤다.

 

 수을씨는 안드세요?

 이미 먹었는데.

 “…,그래도 그렇게 빤히 보고 계시면 부끄러운데요…”

  먹길래. 자주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야.

 너무 자주 사주셔도 제가 죄송해요…”

 

 그가 씨익 웃어보이고는 눈을 마주보아왔다. 당하고 있긴 하지만 눈을 마주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숨길 없을 같다.

 

 오늘, 뭔가 하실 말씀이 있는거죠?

 역시 눈치 빠르네.

  사실 그냥 어림짐작한거지만요.

 

 머쓱하게 웃는 그와 함께 작은 웃음이 터져나왔다. 다시 심장이 크게 울린다. 그의 올곧은 눈을 마주봤다. 항상 피곤과 짜증으로 힘이 들어가있던 얼굴이 묘하게 풀어지는 느낌이다. 표정을 없지만 그의 표정을 보고있으니 약간은 짐작이 된다.

 

 표정이 그래?

 수을씨 그렇게 웃는 처음 보는 같아요…”

 그런가, 이렇게 만든 넌데.

오늘 수을씨는 뭔가 이상하네요…”

 

  쪽도 마찬가지라는 아는지 모르는지, 약간 발그레해진 그의 볼을 보다 후우- 호흡을 내뱉었다. 속으로 번이나 연습했던 말을 뱉어내기 전에.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작은 상자를 꺼내 테이블에 올리고 쪽으로 밀어주었다.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상자를 받아들었다.

 

 열어봐.

 

 여전히 의아해하던 그의 표정은 상자를 후에 놀람과 당황으로 가득 올랐다.

 

 좋아해.

 

 오늘 말하고 싶었어. 지금까지 함께해줘서 고마워. 너와 함께 하는 순간순간이 행복해서, 이대로 쭈욱 이어졌으면 좋겠는데. 어때?

 

 

 

 

 

 

 

 

 

 

 

 

 

 

 

 

9월 17일 고백데이 기념

분홍색 다알리아,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