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
아아,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귀몽을 보고 있자니 괜히 또 심장이 두근 거리는 기분이었다.
"내 시간은 항상 원이 껀데?"
*****
*****
"도망 간 적 없다니까?"
"네가 지래짐작했던 거잖아."
"응-"
오늘 행선지는 정말로 우리집이지만 말이야.
*****
"안들어가?"
"원이 집으로 온다고 한 적 없잖아..!"
그야 당연하지 저번에 농담으로 말한 걸로도 도망갈 정도였는데 진짜로 말하면 네가 따라왔을리가 없잖아. 그의 등을 꾹꾹 밀어 제 집안으로 밀어넣고는 겨우 문을 닫았다. 설마 도망가지는 않겠지만... 슬쩍 뒤를 돌아보니 투덜거리면서도 신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썩 귀엽다. 분명 덩치는 나보다 클텐데.
"맛있는 거 안주면 가버릴꺼야."
"그러지 않아도 배 터질만큼 줄거야."
*****
진짜로 배터질만큼 줄 거라곤 생각 못했어... 작은 소리로 칭얼거리는 그를 뒤로한채 빈 그릇을 씻고 정리했다. 찬장에 넣어두길 잘했지. 그릇을 정리하는 척, 안쪽에 넣어두었던 상자를 꺼냈다.
"몽, 바로 누워있으면 안좋아."
"...일어났어, 방금."
테이블에 엎드리듯이 느리게 몸을 일으키는 그를 보다 맞은 편에 앉았다. 등 뒤에 숨긴 채인 상자가 꽤나 묵직하게 존재감을 자랑한다.
"-아, 원이 뭔가 숨겼어."
이런 건 눈치는 빨라선. 짧게 혀를 차면서도 웃어버렸다. 조금 더 뜸을 들여서 분위기를 만들어볼까 했는데... 사실 그런 건 잘 하는 편도 아니고. 잘 묶인 상자를 그 앞에 내밀었다.
"-? 뭐야?"
"선물. 너 아직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지?"
오늘? 오늘이 무슨 날이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상자로 향하는 손을 멈추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또 웃어버렸다. 기뻐해주면 좋겠는데.
"그냥, 다들 챙긴다는 초코과자. 빼빼로데이인데. 이 나이먹고 그냥 과자만 선물하진 모양이 안나잖아? 커플 아이템도 없겠다- 이 때다 싶어서."
그는 포장이 풀려 제 눈에 비친 비슷한 디자인의 시계와, 나를 계속해서 번갈아서 바라보았다. 둘 다 주는 건 아닌데. 그를 향해 제 왼팔을 내밀었다. 채워줘- 작게 속삭이니 그가 조금은 멍한 표정으로 함께 포장 된 시계를 하나 꺼내 내 팔에 채워주었다. 상자를 끌어와 남아있는 시계를 들고 그의 팔을 끌어와 같은 위치에 채워주었다.
멍하니 바라보는 표정이 귀여워 괜히 뺨을 문질러준다.
"이것저것 생각해 봤는데, 성격탓인지 조금이라도 실용적인 걸로 고르게 되더라고."
"뭐야, 감동했어?"
"앞으로는 더 해줄건데 벌써 그러면 어떡하려고?"
"...좋아해.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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