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피아노에 손을 대었다.
언제 어떻게 시작해서, 왜 그만두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건만
손은 건반 위를 꽤나 자유롭게 뛰어다녔다.
들어본 기억이 없는 곡이 제 손을 통해 흘러나왔다.
어느 덧 400년이 넘어간 시간을 살아왔기에 물론 이런 흐린 기억의 단편들이 한두엇 정도는 있었지만
누군가 도려내기라도 한 듯 깔끔하게 잊혀져서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는
이런 기억은 처음이었다.
곡을 완주하고 난 손은 왜인지 여전히 건반을 떠나지 못하고 마지막 음을 누른채 그 자리에 멈추었다.
토톡, 멈춘 손 끝 위로. 건반위로
따뜻하지만 쓸쓸한 온기가 내려앉았다.
나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준 이
그리고 이 곡을 함께 연주했던 이
머릿속에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는 이
어째서인지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분명 나는,
잊어서는 안될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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