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세리아. 나 또 왔어요. 오늘은 또 어떤 꿈을 꿨어요? 세리아가 잠든 뒤로, 음... 나도 꽤 오래 잠들어버려서 정확히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란의 말로는 당신이 잠든 뒤로 벌써 삼백년쯤 되었을 거래요. 잠든 얼굴을 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역시 깨어있는, 나를 향해 웃어주는 당신의 얼굴이 보고싶어요. 하지만... 세리아가 푹 자야 그만큼 또 오래 나랑 깨어있겠죠? 응, 그러니까 나 기다릴 수 있어요. 잘 자요.
이제 오백년쯤 지났군요. 오늘은 어떤 꿈을 꾸고 계십니까? 반, ...그는 아마 당신 없이 오래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또 재워두었습니다. 시간개념이 이렇게까지 무딘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군요. 밖의 세상도 많이 변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인간들은 당신들에 대한 것을, 그러니까 뱀파이어에 대한 것을 많이도 잊었습니다. 아마 세리아씨가 다시 눈을 뜨는 그 날에는 그 어떤 인간도 뱀파이어의 존재를 믿지 않는 그런 날일지도 모르지요. ...당신을 위해서라도 그랬으면 좋겠군요. 제가 시끄럽게 한 것이 아니면 좋겠습니다.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대체 어떤 달콤한 꿈을 꾸길래 이렇게 안 일어나는 거예요? 있죠 세리아. 나 당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거 기억해요? 내가, 그대가 일어날때쯤엔 그대도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보겠다고 했었잖아요. 글쎄 아직 본인에게 평가를 들을 수가 없어서 조금 불안하긴하지만요. 그러니까 세리아가 일어나서 제일 먼저 먹는 음식은 이걸로 해요. 아닌가, 음식은 먹을일이 없었을테니... 그냥 처음으로 먹는 음식이 되는 걸까요? 어느 쪽이든 기쁠 것 같아요. ...응, 그러니까... 이제 그만 일어나주면 안돼요?
제 계산이, 그리고 기억이 맞다면 오늘로 당신이 잠든지 딱 천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렇게 길게 이어질 줄은 저도 그도 몰랐는데 말이죠.
맞아맞아. 치사해요 세리아. 혼자만 좋은 꿈 꾸고 있는거죠? 나나 하란은 당신이 잠든 이후론 매일 꿈도 못 꾸고 있는데.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이제 그만 일어나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두사람 다. 당신이 잠들기전에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들도 있고 말입니다.
응, ... 나 세리아가 일어날때까지 참으려고 했는데... 솔직히 이젠 정말 자는 얼굴만 봐도 입술이 간질간질해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름대로 참을성은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은 시간속에서는 영 무용지물이더군요.
솔직히. 지금 우리들의 말을 듣고 있는지, 그것조차 자신은 없지만. 뭐 못 들었다고 한다면 세리아가 일어났을때 또 말할 수 있는거니까 그건 그것대로 좋네요.
...그럼 지금 말하겠습니다.
좋아해요.
좋아합니다.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이거 말하고 나니까 엄청 부끄럽다. 그치.
...그렇군. 그리고 아직 깨어날 것 같지도 않고.
그럼 이제부터 매일매일 찾아와서 말해볼까..- 그럼 세리아. 잘자요. 일어나서 봐요.
좋은 꿈 꾸십시요. 그리고 되도록이면, 빨리 일어나주시지요.